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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일기 5화: 일본의 대중교통

메구로주민2018.12.25 14:47조회 419추천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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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아직도 출퇴근 시간대에는 오시야(押し屋)라고 부르는 푸시맨들이 배치된다.

 

출근 첫날, 전철역에서 말로던 듣던 오시야[押し屋, 푸시맨]를 보니 일본에서 살게 됐다는 게 실감이 났다. 사무실이 있는 긴자에 도착하니 8시 20분. 첫 출근인데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어 회사까지 뛰어가니 두 명만 출근을 한 상태였다. 잘 오고 있냐는 사장님의 메시지에 사무실에 와 있다고 대답하니 왜 이렇게 일찍 왔냐며 출근은 9시까지니까 앞으론 천천히 오라는 답장을 받았다. 다음날은 8시 반에 출근을 했더니 아예 사무실 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가질 못했다. 그 후로는 9시 전에만 도착하도록 느긋하게 8시쯤 일어나서 출근을 했는데,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메구로에 방을 구한 것이었지만 역시 집이 회사랑 가까우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서사적 흐름으로는 앞으로 다룰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오늘은 첫 출근이 생각난 김에 일본의 대중교통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사실 대중교통이라고 해도 철도 위주의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버스와 열차가 대중교통의 두 축인 반면, 일본은 지상 여객수송의 80%가 열차로 이뤄지고 있다. 1872년부터 기차를, 1927년부터 지하철을 운행해왔으니 철도 인프라가 탄탄하여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도쿄 도심은 거의 지하에 도시가 있는 수준인데, 상업지구인 마루노우치-긴자 일대에서는 오테마치부터 히가시긴자까지 다섯 개의 역을 전부 지하통로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교통비는 매우 비싼 편이다. 나리타-인천 왕복 비행기가 보통 25만원 정도인데 도쿄-오사카 왕복 신칸센이 27만원이니 말 다 했다. 대신 거의 모든(2014년 기준 90%) 회사가 직원들에게 월급과 별개로 왕복 교통비를 챙겨준다. 정확히는 전철 정기권 구입금액을 지원해주는데, 30일간 60회 이내로만 사용이 가능한 한국의 정기권과 달리 기간 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므로 직장 밖에서도 꽤 쓸모가 많다. 지방에서는 자차로 출퇴근을 해도 거리에 따라 기름값을 준다. 오히려 식대 지급은 한국만큼 일반적이지 않고, 식대보다는 주택수당을 지급하는 게 좀 더 흔한 케이스다.

 

이용매너도 꽤나 다르다. 유명한 것으로는 버스와 지하철에서의 전화통화가 금기시되어 있다. 핸드폰이 처음 나왔을 시절에 음질이 좋지 않다 보니 목소리가 커져서 그렇게 됐다는 설명도 있는데, 솔직히 자기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예절이라 지킨다는 일본인도 여럿 봤다. 일본에서 관종이 되고 싶다면 지하철에서 전화를 해보자. 힐끔거리는 눈초리를 한몸에 받을 수 있다. 옛날에는 인공 심장박동기 같은 의료기기와 전파간섭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우선석(교통약자석) 근처에서는 아예 핸드폰 전원을 꺼달라는 방송도 나왔었는데,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돼 최근에는 '혼잡 시' 전원을 꺼달라고 안내가 되고 있다. 편리한 점은 사람이 없으면 교통약자석에 앉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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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차량 안에서 볼 수 있는 우선석 관련 안내

 

다음으로, 사람. 비단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그러하지만, 사람을 정말 많이 쓴다. 러시아워의 푸시맨은 물론이고 역내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면 반드시 안전요원이 있다. 두 명이 작업하고 있으면 한 명은 작업요원이고 다른 한 명은 안전요원인 식이다. 그리고 일본 서비스업 종사자답게 친절하다. 특히 막차 시간만 되면 승객이 많은 역에서는 역무원들이 "오쿠사와행 막차 들어옵니다!!!", "유라쿠쵸센 금일 마지막 열차입니다!!!"라며 역사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안내를 해주는데, 막차가 들어올 때까지 몇 번이고 외치고 있는 걸 듣고 있노라면 '못 타면 내 책임인데 저렇게까지 해주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류장마다 꼬박꼬박 "문 닫겠습니다. 출발하겠습니다."라고 말해주는 시내버스 기사나, 이동 경로, 현재 도로 상황, 도착 예상시간까지 알려주는 공항버스 기사를 보면 대중교통도 하나의 서비스라는 걸 새삼 느낀다.

 

일본에 살면서 각종 사고로 열차가 지연되는 등의 불편을 겪은 경우가 많았지만, 철도가 연간 누적이용객 250억명에 사고가 700건, 버스가 45억명에 제1당사자(과실) 사고가 1,400건이니 일본의 대중교통은 상당히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한국은 철도가 13억명에 105건, 버스가 6억명에 제1당사자 사고가 7,800건이다). 한국은 스크린도어 설치로 철도 사고가 크게 줄어 10년 전 대비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인명사고가 잦은 일본도 어서 계획대로 스크린도어 설치역을 늘리면 좋지 않을까 한다. 한국과 일본의 대중교통이 더욱 안전해지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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