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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일기 1화: 왜 일본이었나

메구로주민2018.11.15 20:03조회 62추천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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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일본이었나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일본이 한국보다 10년 앞서 있고, 한국이 중국보다 10년 앞서 있다." 머리가 커진 지금은 '뭐가' 앞서 있다는 거고 애초에 '앞서 있다'라는 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지만, 이 레토릭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얘기를 해보자면 세 나라는 실제로 인구구조에서 약 10년의 간격이 있다. 각 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일본이 40년대 후반, 한국이 50년대 후반, 중국이 60년대 후반이다. 이들이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는 시기, 기성세대가 되는 시기, 은퇴하는 시기에 맞춰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기 때문에 개별 산업분야나 유행이 아닌, 사회의 굵직한 흐름에 대해서라면 이는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와 별개로 대학에 오기 전까지 중고등학교 역사 시간을 거치며 형성된 일본에 대한 나의 인식은 매우 미개한 수준이었다. '삼국시대 시절에는 변변찮은 옷도 없어서 백제한테 의복기술을 전파받다가 조선시대에는 통신사로 지식과 문물을 받더니, 운 좋게 서양과 일찍 접촉해 빠르게 근대화에 성공하고 조선을 강점한 뒤 제국주의 야욕으로 태평양전쟁까지 일으켰던 나라' 정도였다. 그러다 대학에서 김영민 선생님의 동아시아정치사상 강의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일본을 다룬 수업은 단 한 번이었지만 이로 인해 우리나라 중등교육과정에서 일본을 가르치는 관점에 깊은 회의가 들었었다.

 

 

일본은 이미 17세기 에도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내부적인 역량의 축적에서 조선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상업, 물류, 출판에서 조선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인프라가 구축됐고, 특히 출판 같은 경우 17세기부터 수백개의 출판업체가 생겨나 지식의 대중적 보급이 진행되었다. 18세기 중반에 들어서면 에도의 인구는 100만 안팎에 달하게 된다. 당시 한양의 인구는 20만이었고, 베이징은 에도와 비슷하거나 조금 많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많은 인구가 집적되어 있는 와중에 경제, 문화, 예술에서 일종의 르네상스를 맞은 셈이다. 즉, 근대화에 성공한 것은 사람들에게 부각되는 결과이고, 그 맥락을 들춰보면 '운 좋게' 근대화로 나아간 게 아니라 근대화로 연결되는 다리가 차근차근 지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일본에 대한 인식이 전적으로 바뀌게 되면서 언젠가는 이 나라를 좀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국을 운영해봤고, 고속철도인 신칸센을 1964년에 개통했고, 80년대 초에는 견실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돌았던 일본을 이해하고 싶었다. 하지만 굉장히 막연하고 추상적인 생각이었고, '아님 말고' 정도의 진지함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어쩌다보니 '운 좋게' 일본에 왔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돌이켜보면 일본이 '운 좋게' 근대화에 성공한 게 아니듯이, 나 역시도 개인적인 인식의 변화를 포함해 일본으로 가는 다리가 차근차근 지어지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결과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온 일본인 친구를 통해 한 일본 기업을 소개받고 이 회사의 임원들과 한국에서 면접을 보기로 하면서 개인적인 변화가 외부세계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당시 나 스스로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하여튼 면접을 보기로 했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일본어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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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 선배들의 이야기. 재밌다고 정주행했다간 시간이 순삭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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